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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습니다, 이 가을엔(1)

靑松 권규학 2017. 11. 10. 13:33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 가을엔(1) / 청송 권규학

 

 

사랑이 멀리 있을 때

사랑이 멀리 있다고 생각될 때

괜히 계절마저 멀다고 느껴지는…,

그래서 그런지 이 가을엔

마음까지도 부쩍 멀어지는 듯합니다

 

가을 숲길을 걷다가

길섶의 움츠린 풀꽃을 봅니다

이 발걸음 저 발길에 밟히고 채여

짓이겨진 몰골에 만신창이가 된 몸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

그런 풀꽃도 누군가에겐 의미이듯이

이 가을엔 사랑이 메마른 음지(陰地)

우리 사회의 외진 곳을 돌아봅니다

 

휘황찬란한 도심(都心)의 한 쪽 모퉁이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버려진 땅

그곳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나오고

왁자지껄 생명성(生命聲)이 들려옵니다

 

사랑이 비켜간 외로운 자리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시들어 가는 아이

그들도 식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을 잃으면 저도 몰래 웃자라는 풀꽃처럼

그들 역시 어쩌다 어른이 됩니다

몸집은 작아도, 생각은 짧아도

저도 몰래 마음만 훌쩍 커버리는 아이들

이 가을, 그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17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