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고목(古木)에도 꽃이 피는가

靑松 권규학 2017. 7. 29. 12:43

 

 

고목(古木)에도 꽃이 피는가 / 청송 권규학

 

 

사람과 사람 사이

우연과 필연의 만남이 있습니다

우연과 필연 사이

사랑과 동행하지 않은 만남은

인연이 아니라 그저 스침일 뿐입니다

 

스침은 바람이며 바람은 필연을 동반합니다

아주 가벼운 우연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이란 이름의 소중한 만남을 몰아오지만

사랑 없는 만남은

생각 없이 벌집에 손을 넣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고목(古木)에도 꽃이 피듯이

제대로 된 인생은 60부터 시작입니다

돈, 명예, 술, 여자, 사치의 유혹을 극복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황혼(黃昏)의 나이

청춘이 떠난 곳엔 회한과 아픔이 자릴 잡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부끄럽지 않을 나이

눈치 보지 말고 편히 살면 그뿐입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릅니다

노년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사는 시험기간일지도….(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