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서 평
한젬마(명진출판)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靑松 권규학
2017. 7. 23. 22:09
한젬마(명진출판)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얼마 전..., 시내에 나갔다가 들린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 읽고 싶었던 이 책...! 그런데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 읽게 되었다. 함께 빌린 김진명 작가의 '하늘이여 땅이여'를 제껴두고 먼저 이 책을 펼쳤다. 국내 최초 그림 DJ 라는 화가 한젬마님의 눈으로 바라본 많은 작품들과 그에 대한 설명은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의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했다. 많은 작품들 가운데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몇개의 그림을 추려서 정리해본다. 김성호 <가을의 복병> 작가는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대신 '주고싶은 그림'이라고 하였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땐 그냥 갈대 그림이거니 생각했었지만, 다시 보았을 때는 무성한 갈대밭 속에 쌓여 보일듯 말듯 나란히 서있는 어린 연인을 볼수 있었다. 발갛게 수줍은 볼을 가진 소녀와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소년. 그 속에서 그들은 무얼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인생이 이처럼 바람많은 갈대밭이어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던 붉은 볼을 가진 소녀처럼 언젠가는 내 사랑에게도 그렇게 속삭이고 싶어진다. 피에트 몬드리안 <컴포지션> 이 그림은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던걸 언젠가 보았던 기억이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보다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정말 공감이 갔다. 작가는 이 작품을 인생 계획표같은 그림이라고 했다. 「나는 네모가 좋다. 네모가 지니는 사각의 예리함이 좋고, 사각을 향해 뻗어있는 직선의 거침없음이 좋다. 네 개의 각이 주는 안정감이 든든하고, 그 경쾌함이 매력적이다.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이 그림과 함께 한젬마 작가는 지금의 남편으로부터 프로포즈받았던 추억을 얘기했다. 남편은 예고없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제주도 한라산까지 가서 산에는 영 잼병인 그녀와 한라산 꼭대기 백록담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예쁜 목걸이와 혈서가 담긴 카드와 함께한 남편의 청혼에 그녀는 "결혼하기 정말 힘들다 !" 라고 답했다고 했다. 너무 부러웠다. 작가는 이 그림처럼 그에게 영원히 너무 예쁜 그녀로 남고싶다고 마무리를 했다. 나는 이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키스하는 남자와 수줍은듯 두 눈을 꼭감은 여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남자 품에 안긴 여자는 한송이 장미같았다. 미래의 내 사랑에게 나란 존재도 그림 속 여자처럼 언제까지나 한송이 예쁜장미로 비쳐질 수 있을까...? 박순철 <부전자전>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쯤 지났을 때 보게된 부분. 책장을 넘기고 이 그림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엄청 키득거리며 정말 많이 웃었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었는데 얼굴표정, 발가락하나 그리고 포즈까지도 똑같았다.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났다. 이 그림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기억해두기로 했다. 이중섭<달과 까마귀><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 이중섭의 소는 고등학교 때 미술시험으로 출제되었을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이중섭의 소 외에 또다른 작품 두개는 이 책에서 보게 되었다. 이중섭은 일본여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사랑을 했고, 두 아들이 있었는데 6.25가 일어나면서 부인과 두 아이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헤어짐으로써 행복의 끝을 맞았다고 한다. 그는 아내와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그림을 그림으로써 극복한 것 같다. 그래서 화가 이중섭을 '천재적', 혹은 '비운'이라는 수식어로써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나서 우선 요새들어 왠지 삭막해지고 초조해진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림이란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젊은 시절 한 때 나는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미술을 공부해서 미대를 가고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도 있고 해서 전문적으로 그림그릴 기회는 영영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내가 생각하는 공상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림 속에서 내 진정한 모습과 내삶의 의미을 찾아보고 싶기도 하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는 다양한 느낌의 좋은 작품들과 한젬마님의 로맨틱한 작품평이 어우러져 읽기도 쉽고 흥미도 있었던 책으로써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