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서 평

박영규(들녘)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靑松 권규학 2017. 7. 23. 21:32
    박영규(들녘)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을 읽고
    
    
    1996년 출간된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서로는 드물게 100여 만부가 팔리며 
    우리 사회에 역사읽기 붐을 일으킨 책이다.
    출판 1년 만에 40만부 가까이 팔릴 만큼 선풍을 일으켰던 이 베스트셀러는 
    여전히 인기를 잃지 않은 채 한달에 5천부 이상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국역본으로 430권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을 한 권으로 읽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식자층의 못마땅한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00만 명이나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지식인들과 역사학자들이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난하는 
    바로 그 이유, 예를 들어 '지나친 축약'이나 '주석 하나  없는 이야기식 글쓰기', 
    '순 한글' 때문에 사람들이 이 책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단 한권으로 쉽게 조선사를 훑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깨알같은 주석이나 어려운 한자가 없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역사서가 아닌 교양서로 
    책을 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약점이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릴 적 읽었던 만화 역사책의 맥을 잇는 '그림없는 만화책'인 셈이다.
    이 책의 성공 이후 저자는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고구려 본기' 등을 
    계속 써냈지만 역사학자는 아니다.
    대학에서독어와 철학을 공부한 후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전문 집필가다.      
    학계는 비전공자의 대중적 역사쓰기가 학계에선 성이 안찰지 몰라도 
    일반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데는 성공했다.
    저자는 '이야기식 사전'이라는 말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설명하지만 
    사실 이 책은 '이야기'나 '사전'의 기능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저자의 독특한 평가를 수려한 문체에 담은 것도 아니고 
    사전이라 부를 만큼 정보가 충실하지도 않다.
    하지만 태조에서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27대에 걸친 왕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거리로 바라 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또 짤막하나마 야사(野史)나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해석, 
    당대의 세계약사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 것도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