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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글로세움)의 ‘길에서 시와 소설을 만나다’
靑松 권규학
2017. 7. 21. 01:59
임동현(글로세움)의
‘길에서 시와 소설을 만나다’를 읽고언젠가 이탈리아 대사로 재직하던 '까를로로제띠'란 사람이 쓴 '꼬레아 꼬레아니'란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 적이 있다. 그 책에서는 글을 쓴 사람의 의견이나 500년 전의 세부적인 서울 풍경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었고, 더더욱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다양하게 찍은 그 당시의 서울사진이었다. 그 책을 읽을 당시만해도 생생한 서울의 풍물사진에 한동안 정신이 빼앗겨 아주 의미있게 읽었었는데, 최근에 시인과 작가들의 글에 한 점씩의 풍경을 선물한 에세이집 한 권을 발견하고 남다른 감회를 느껴 이 책의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소설가 임동헌이 이제하․ 이문열․ 이청준 등, 11명의 소설 무대..., 신경림․ 이성복․ 최영미 등, 시인 22명의 작품 무대가 된 배경 33곳을 카메라 앵글 속에 담고, 짧은 글을 양념해서 상큼한 맛이 풍기는 글을 펴내었는데 그 책이 바로 ‘길에서 시와 소설을 만나다’ 란 책이다. 사진과 문학 에세이를 동시에 배치해 텍스트 위주의 문학 기행집과 달리 사색의 의미를 한층 강조한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여행 안내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시중에 널려 있는 일반 여행 책과는 뭔가 다르다. 일반 여행잡지가 주로 지역의 특성이나 토산물 소개, 그리고 각종 광고로 뒤범벅을 시키고, 현란한 수식어구로 미화시키거나 자질구레한 볼거리와 맛집 소개 등으로 채우는 것과는 달리, 문학여행의 참 의미를 돋보이게 하는데 주력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길에서 만난 소설'과 2부 '길에서 만난 시'의 2부로 구성됐다. 오늘 날..., 문학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고 갈수록 쇠락해 가고있는 현실에 비춰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즉, 작가는 시와 소설을 사진과 접목시켜 여행의 한 코드로 잡아냄으로써 문학여행에의 깊이를 제시한다. 본문에서 작가는 ‘풍경은 멎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림자를 거느리고 물과 산의 말을 거느린 채 움직인다. 시와 소설 역시 그러하다. 시를 낳은 숲을 만나 두런거리고, 소설을 낳은 땅을 만나 두런거린다. 풍경은 그러니까 시와 소설과 이야기가 만나 이미지화하는 거대한 저장고이다. 말하자면 이미지화된 풍경과 시와 소설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육성이다.’ 라고 말함으로써 시와 소설, 그리고 사진이 접목된 하나의 문학장르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소설가 임동헌 씨가 우리 현대문학사에 남을 시와 소설을 탄생시킨 ‘문학의 산실’을 찾아가 그 풍경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물론 작가의 오랜 필력이 묻어나는 글도 글이거니와 이청준 씨의 ‘눈길’(전남 장흥), 이제하 씨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인제-원통-속초), 한수산 씨의 ‘유민’(강원도 인제), 신경림 씨의 ‘목계장터’(충북 청원군), 이성복 씨의 ‘남해 금산’(경남 남해) 등의 33편의 작품 무대가 그의 수동식 니콘 FM2 카메라에 의해 생생히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정성들여 찍은 서정성짙은 사진에다가 시적인 감수성으로 공들여 쓴 사진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가치를 빛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서정성깊은 작품을 통해 삶에 찌든 우리네 삶을 맑고 밝게 가꾸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내 아이가 크면~~꼭 이 책을 읽도록 하고 싶다. 님들의 일독(一讀)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