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서 평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
靑松 권규학
2017. 7. 19. 23:34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를 읽고작가 「이문열」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1968년에 서울대 사범대학을 수학하였다. 1979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새하곡(塞下曲)」의 당선으로 등단한 후, 중편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1982년 「금시조(金翅鳥)」로 '동인 문학상'을, 1984년「영웅시대」로 '중앙 문화대상'을, 1987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상 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우리 문단(文壇)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칼레파타칼라', '구로 아리랑', '황제를 위하여',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그해 겨울', '기쁜 우리 젊은 날', 평전 '삼국지' 등,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이 있다 작가 「이문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며, 또 한 번 쯤은 그의 작품을 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70∼80년대 한국문단을 풍미하였고, 90년대를 거쳐 아직까지도 그 필력을 쉬지않고 끊임없는 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한국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는데 그것은 우리 문학에 낭만주의 정신을 강렬히 심은 것과 더불어 유려하고도 장엄한 문체를 구사했기 때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내가 처음 그의 작품을 대했던 때가 아마 1980년대 초 였지 싶다. 그의 중편소설 '사람의 아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모든 젊음들이 '민요섭'이란 이름에 매료되었다. '민요섭'을 알고 난 후, 난 그의 작품 몇 개를 더 읽었다. '영웅시대',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금시조', 그리고 영화를 보고 읽게 된 '젊은 날의 초상'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특이한 접근방식으로 저술한 '필론의 돼지'란 작품을 대하고 새삼 작가 「이문열」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작품 '필론의 돼지'의 줄거리를 보면, 군용열차에서 제대병들과 검은 각반으로 비유되는 현역병들간의 대립이 생기게 되는데, 제대병들은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숫적으로 적은 현역병들의 폭력 때문에 기가 죽어 그저 현역병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하지만 제대병들 중의 한 사람이 구타를 당하고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현역병들의 위협에 꿋꿋이 대항하자 그제서야 제대병들이 하나씩 분개하여 현역병들의 난폭함을 단결된 힘으로 저지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TV를 통해 원작과는 다르게 각색시킨 것이었지만 이 작품을 한 번 본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하는 이 작품은 인간이 주위환경에 따라 얼마나 비굴하며 기회주의적일 수 있느냐는 일면을 시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뭔가 교훈을 주고자 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로 꾸며놓은 이 소설을 읽고 과연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게 했다. 분명히 '잠자는 척, 모르는 척하면서 나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방관적인 자세를 취했을거야'라는 대답에 이르자 창피함을 감추지 못해 얼굴 가득 뜨거워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원래 '필론의 돼지'라는 것은 풍랑을 만난 배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자인 '필론'이 거기에서 해야 할 일은 선창에서 편안하게 잠자고 있는 돼지 흉내를 내는 것뿐이라는 이야기인데, 이것을 빗대어 소설화한 작가의 의도는 '험악한 환경 속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 지며 비굴해 질 수 있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 모두의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갑자기 개그맨 '전유성' 씨가 쓴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아마 이 책의 내용과 조금은 닮았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어쨌든 인간으로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뭔가 자신을 되돌아 보게끔 한 책으로써 독자들의 선택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