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서 평

양귀자의 '숨은 꽃'

靑松 권규학 2017. 7. 19. 21:49
    양귀자의
    
    '숨은 꽃'을 읽고
    
    
    2001년도 9월경이었던가...!        
    삶의 전환기를 맞아 직장을 바꾸며 이사를 간 새로운 집에서 흐트러진 책장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숨은 꽃'이란 약간은 낡은 듯한 이 책을 간직했다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책장을 펼쳤다.
    책장을 펼치고서야 이 책 '숨은 꽃'이 
    수년 전에 이상 문학상의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과연 책을 읽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며 첫장을 열었다.
    작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줄거리를 찾기 위해 반년 전에 있었던 가을여행의 연장으로 
    추억을 반추하며 길을 떠나지만 그 아름다운 기억을 부수어 버리는 상황을 맞는다.
    즉 작가가 찾던 귀신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작가가 첫 교직생활을 보낸 오산에서 알았던 김종구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15년의 세월 속에 묻혀있던 바다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조촐한 섬 학교에서 만난 숙자라는 아이의 오빠였다.
    그를 만나자 김종구는 지난 기억을 회상케하는 몇 가지 삽화를 떠올린다.
    동생인 숙자를 집안을 보게하느라 무단 결석케 한 일, 어떤 땐 바다에 맨몸으로 누워있던 모습, 
    검정염소를 잡던 모습, 공사판을 헤메며 붙박이 삶을 원치않던 그였다.        
    그는 예측불허의 인간이었고, 혼란스러운 작가의 정신에 오히려 새로운 영감을 준다. 
    특히 단소를 부는 그의 아내 황녀를 만나고 그의 15년 세월을 듣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내부 속에 만들어 놓은 미로에서 출구를 찾게 된다.
    그것은 아침저녁으로 먹히고 아침저녁으로 우는 시인의 뜸부기와 안개 속으로 사라진 김종구, 
    오래 전 여고시절 만났던 자신의 꽃밭을 암호로 만든 지브란,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이 모든 것들을 작가는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노력한다.
    작가가 진정으로 찾고자 노력했던 것은 짓밟힌 귀신사에서 본 모래더미에 파묻힌 
    이름모를 '숨은 꽃'의 의미를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작가 양귀자는 절대적 신념과 가치가 붕괴된 시대에 있어서 
    과연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 ?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날은 지금까지 우리가 하나의 희망으로 믿었던 현상이 사실은 허위였고,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설정해야한다는 절박감을 전제로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가치체계는 객관적 외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작가가 여로를 통해서 깨달은 바는 바로 이 점이다.
    즉 작가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환상에서 깨어나 
    이제 외부적인 가치체계를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게된다.
    그 내면에 숨어있는 그 객관적 합리성을 초월한 가치체계를 상징적으로 
    하나의 '숨은 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인간의 진정한 삶이란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진정한 삶이란 자기가 추구하는 어떤 목적을 이루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면 진정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든 진정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간다면 
    곧, 진정한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