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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타락자'
靑松 권규학
2017. 7. 19. 20:13
현진건의
'타락자'를 읽고작가 「현진건」은 1920년 단편 '희생화'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1941년 역사소설 '선화공주'를 미완으로 마치기까지 20년 남짓 소설을 썼다. 이러한 그의 활동은 3·1운동 이후 거의 식민지 시대 전 기간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의 핵심적인 성취는 무엇보다 단편집 '타락자(1922)'와 '조선의 얼굴(1926)'을 중심으로 한 20년대의 작품들에서 이루어진다. 현진건은 당대, 즉 20년대의 리얼리스트라고 불려졌으며 30년대는 연재를 중단한 '적도' 이외에 거의 아무런 소설도 쓰지 않았으며, 40년대에는 낭만적인 역사소설의 작가로 돌아섰다. 현진건의 소설은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서 그 시대의 현실과 가려진 베일 등을 엿 볼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은 1920년대 이후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써 식민지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알기에 적절한 작품이라 하겠다. '타락자'는 문화정치의 왜곡된 상황 아래서 살아가는 도시 지식계층에게 거의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인 부패의 체험을 철저하게 추적한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볼 수 있는데, 그 부패는 '임질'이라는 전형적 자본주의 질병 형태로 제시되는데 이 성병이 깊어가는 당대의 모순을 반영하는 도덕적 타락의 상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분명한 사실이다. 주인공인 '나'는 일본 유학 중 집안 사정으로 귀국, 공부와 미래에 대한 꿈이 꺾인데 대한 좌절감과 울분으로 나날을 우울하게 보내다가 신문사 기자로 입사한다. 그는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동료기자들에게 이끌리어 그의 울적한 삶에 '쾌락'과 '위안'을 주는 교태있고 아름다운 기생에 이끌리게 되고, 끝내 그녀와 동침한다. 결국 그는 그녀에게서 옮은 '임질'을 그의 정숙한 아내에게 전염시킨다. 한 인간이 타락해가는 경로를 통해서 사회의 부패성에 물들어가는 오늘 날의 우리 세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는 단순한 외도를 통해 '임질'이라는 성병을 갖게된다는 상황의 설정 그 자체보다는 바로 그러한 타락의 체험이 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만연되어 계속 번져 나간다는데 그 문제의 핵심이 있다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와 타락의 정도는 처음에는 개인 단위의 조그만 곳에서 시작되었을 것이지만 결국엔 전체의 사회악으로 퍼졌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전염병처럼 퍼지는 혼잡한 의식을 떨치고 사회를 혼란시키고 부패시키는 모든 일에 대해서 삼가고 절제하는 의식적인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