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서 평
이범선의 '오발탄'
靑松 권규학
2017. 7. 19. 19:13
이범선의
'오발탄'을 읽고작가 「이범선」은 1920년 평남 신의주에서 출생하여 1955년 단편소설 '암표'와 '일요일'을 「현대문학」에서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어두운 사회의 단면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간들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당대에 팽배했던 허무주의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철호'의 어머니는 알아주는 집에서 생활을 하다가 월남한다. 그녀는 전쟁통에 정신이상이 되고 북녘에 두고 온 고향을 잊지 못한다. '철호'는 음대 출신의 아름다운 아내와 군대에서 나온 지 2년이 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생 '영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과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그는 퇴근하여 산비탈의 해방촌 고개를 올라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그는 판잣집에 산다. 대문을 들어서자 어머니의 외치는 소리가 '가자 ! 가자 !'하고 새어 나온다. 그는 중압감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는다. 동생 '영호'가 들어오자 '철호'는 그의 불성실한 태도를 나무란다. 이에 '영호'는 자기방식대로 살겠다고 한다. 동생 '영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철호'는 그것은 역설에 불과하다며 점잖게 타이른다. 그는 자신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아내의 십여 년 전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하다가 아무런 희망을 가지려 들지 않는 그녀를 힐끗 쳐다 본다. '영호'는 대상없는 분노를 터트린다. 골목 밖에서 여동생 '명숙'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온다. 그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아랫방으로 가서 가로 눕는다. '철호'와 '영호'는 이야기를 대충 정리하고 자리에 눕는다. 어머니의 외침은 일정 간격으로 계속된다. 다음 날 '영호'가 권총강도로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서를 나온 '철호'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철호'는 '명숙'으로부터 돈을 한 뭉치 받아들고 허둥지둥 병원으로 간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죽어서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다. 그는 치과병원 앞을 지나다가 충치가 아파옴을 느끼고 병원에 가서 충치를 모두 뽑는다. '철호'는 택시를 잡아타고 해방촌으로 가자고 했다가 행선지를 병원으로, 경찰서로 바꾼다. 정신의 혼란 속에 빠진 '철호'는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계속 가자고 한다. 운전수와 조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어쩌다가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려들었다고 투덜거린다. '철호'가 탄 차는 목적도 없이 차량 행렬 속으로 끼어 든다. 이 소설은 혼란과 무질서가 횡횡하는 해방촌 일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그가 혼란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정신착란증에 빠진 어머니, 현실에 적응치 못하는 동생 '영호', 꿈많은 음악도였던 아내..., 모두들 삶에 지치고 생활에 찌들어 영육이 죽어간다. 여동생 역시 양공주가 되어 비참하다. 이런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이 결국 '철호'를 방향감각을 잃은 '오발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만다. '오발탄 !' 언젠가 똑같은 제목의 전쟁문학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 난다. 아마 '선우 휘'씨의 작품인 군 관련 작품이었지 싶은데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몹시도 못살던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직접 체험하듯 실감했다. 주인공이 겪는 고통에서 미치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의 아픔을 느꼈다. 그 당시와는 물론 다르겠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공간에는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더욱 어렵고 힘들게 사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음을 안다. 이 작품을 통해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사는 그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고, 뜻하는 모든 분들의 작으나마 따뜻한 사랑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