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 청송 권규학
「움베르토 에코」는 1932년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현대의 가장 중요한
기호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볼로냐 대학 교수이다.
그는「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쌓은 엄청나게 박식한 사람이다.
전 세계 이쪽저쪽을 가리지 않고 수십개 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는 「에코」 교수는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에 무불통달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루투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말하는 지독한 공부벌레이자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움베르토 에코」 교수는 현대사회의 세기말적 위기를 소설로 그려내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던 중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로 부터 100페이지 안팎의 추리소설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 때 「옴베르토 에코」는 '쓴다면 최소한 500페이지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받아 넘겼다는데,
그로부터 2년 반에 걸쳐 써서 1980년에 출판된 소설이 바로 이 '장미의 이름'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소설은 30년간 그가 쌓아온 학문과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바치는 하나의
찬사로써 그 자체로 완벽한 추리소설이다.
그뿐 아니라 이단을 불로 태워 죽이고 곧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과신과 미신으로 가득한
어두운 '주에시대'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시대의
지식인이 겪은 혼란과 무력감을 그려내고, 거기서 벗어나는 길도 제시하려 했던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1980)'을 비롯하여
'푸코의 추(1988)'가 있으며, '폭탄과 장군(1988)'및 '세 우주 비행사(1988)'등,
두 권의 동화가 있다. 또한 이론서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 이론' 등, 10여권이 있다.
'장미의 이름'은 암울한 '주에시대'의 수도원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카톨릭 내에서도
여러 종파가 나뉘어 서로를 이단시하며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선택이 강요되는 시기의
지식인의 고뇌가 이 작품의 배경이다.
책의 서두는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서문이 나온다.
우연히 얻게 된 「마비용 수도사의 편집 본을 바탕으로 불역한 멜크 수도원 출신의
수도사 아드소의 수기」라는 책을 대단한 지적(知的)호기심으로 이 서문으로
'장미의 이름'의 내용을 실화로 믿게끔 한다.
사부인 '윌리엄 수도사'는 뛰어난 추리력과 다방면에서의 박식함을 가진 인물로
그 당시 미궁에 빠진 여러 사건을 해결해 왔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윌리엄 수도사'는 이 수도원에 들어오자마자 원장 수도사로부터
의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 전 채석 장인 수도사인 '아델모'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소행인지도 모르게 증거도 없는데다가 자살이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원장 수도사는 이 사건의 진상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결정적인 증거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장서관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장서관은 여러 금서들이 있다는 이유로 원장과 사서계 수도사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윌리엄 수도사'는 수도원의 수도사들을 만나보며 사건을 추리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윌리엄 수도사'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던 '배난티오'가 돼지 피를 담아 놓은 항아리 속에
처박힌 채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들은 요한 게시록에 예언된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날 밤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는 출입이 금지된 본관에 들어가서 이상한 기호로 된
비밀문서와 서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러나 또 다른 침입자에 의해 그 서책과 안경을 도둑 맞는다.
그리고 미로로 되어있는 장서관까지 들어가나 일종의 마약에 의한 환각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다음 날에는 '베렝가리오'라는 수도사가 욕조에서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를 조사하던 '윌리엄 수도사'는 독극물에 중독된 사실을 알아내어
본초 학자 '세베리노'를 추궁한다.
'세베리노'는 수년 전 독초를 도난당한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베난티오'가 다른 수도사들과 동성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다음 날은 서책을 찾아낸 '세베리노'가 죽음을 당하고,
그 다음 날은 사서계였던 '말라카아'가 죽는다.
계속되는 연쇄살인으로 수도원은 뒤숭숭해지고 교황청에서 온 '베르나르기'는
엉뚱한 사람을 재판에 처하기도 한다.
마침내 '윌리엄 수도사'는 죽은 '베난티오'가 남긴 암호문을 해석하여 장서관 밀실인
'아프리카의 끝'이라는 방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서 만난 사람은 장님 노(老 ) 수도사인 '호르혜'였다.
이 노 수도사는 웃음과 쾌락은 악마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윌리엄 수도사'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웃음에 관해 옹호한 그 책을 수 십년 동안이나 감추어 온 것이다.
그 책을 읽고 수도사들이 악마적인 것, 즉 웃음과 희극과 쾌락에 물들 것을 염려하여
책에 독을 묻혀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책장을 넘기기 위해
손에 침을 묻히게 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른 것이다.
노 수도사는 결국 자기의 독선과 고집으로 무고한 수도사들을 죽게 하였고,
그 서책을 없애기 위해 책장을 찢어 모두 먹어 버린다.
그리고 수도원은 불바다가 되어 잿더미만 남는다.
고대라는 단어는 언제나 신비스럽고 매혹적이다. 우리는 이미 영상매체를 통해
그 신비스러움과 매혹을 더한층 느껴왔다. '제우스'라는 신을 통해 인류의 시작을 한층 더
느껴 보았고, '아크로 폴리스'라는 광장을 통해 고대 민주화의 향기까지도 맡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이 소설, 즉 '장미의 이름'을 통해 미약하나마 중세의 시대상황이나 교회의
영향력으로 중세를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중세의 대략적인 배경을 보면, 로마의 멸망 후 우리의 시대는 강력한 군주의 지도력을
잃게되어 혼란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마치 유사시대와 마찬가지로 침략과 약탈이 판을 치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사람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어 현실적으로는
강력한 지도자의 보호를 받고 살아가기를 원하여 영주나 농노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념적으로는 너무나 힘든 이 현실을 도피하고자 내세를 약속하고자 하는
어떤 종교를 갈망하게 되고, 그 때 나타난 것이 교회이다.
이 교회는 강력한 추종자들로 인해 중세의 확고하고도 강력한 정치 행사력까지 갖게 되었다.
교회가 끼치는 사회 영향력은 상당히 큰 까닭에 그 시대 교회의 생리나 본질을 알면
중세를 이해하는데 접근이 용이하다고 본다.
이에 '장미의 이름'이라는 이 소설은 중세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