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17. 6. 24. 00:03

 

 

가뭄 / 청송 권규학

 

 

비가 내려야 할 시기인데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땅은 뜨거운 한숨을 몰아쉰다

온 들녘에 흙먼지가 난무하고

논바닥은 찢어져 달그락 거리고

강바닥은 쩍 쩌억-, 입을 벌린다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는

어느 하늘을 여행 중일까

갈라진 배를 내민 채

드러누운 논과 강바닥에

얼기설기 그어진 빗금이 처량하다

 

저수지엔 물이 마르고

강은 허연 배를 드러내고

논바닥에 꽂힌 벼들은

혓바닥을 내민 채 할딱 거리고

구름은 가뭄을 입에 물고

심한 현기증에 멀미를 한다

 

몸을 배배 꼬는 풀꽃들

하얀 거품을 내뿜는 나무들

단내를 불어내는 윤오월의 붉은 태양

어둠이 오니 바람도 잠을 잔다

비쩍 마른 울대를 널름거리며

대지는 '무울 무우울-', 잠꼬대를 해댄다

 

대숲에서 구구대는 비둘기 소리마저

쏟아지는 빗소리로 환청이 온다

어찌 하늘은 이리도 나 몰라라 할까

가뭄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는 걸까

내일은 하늘문의 자물쇠를 열어

물탱크에 작은 구멍이라도 뚫어야겠다.(1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