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병실(病室)에서

靑松 권규학 2017. 1. 20. 18:28

 

 

병실(病室)에서 / 청송 권규학

 

 

정년이란 불회(不回)의 강을 건넌 지금

백수탈출의 최대 적은 나이였다

이순으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나날이 빈둥빈둥,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인간 거름 제조기 신세로 전락했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줄만 알았다

아직도 청춘인 줄 착각하며 살았다

어느 순간 몸뚱이가 삐꺽거린다

온몸을 짓누르는 통증을 참지 못해

개 끌리듯 병원행, 병상에 누웠다

환의(患衣)를 걸치니 영락없는 병자(病者)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주삿바늘에 링거를 꽂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문득 들여다본 거울에 비치는 모습

초췌하고 핼쑥한 중년인

나인 듯 나 아닌 나 같은 얼굴

불현듯 노화(老化)를 실감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병실을 오가는 발걸음을 보며

새삼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정녕 그렇다

백송이 장미보다는

병상을 지키는 한 사람의 친구가 향기롭다는.(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