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16. 11. 24. 09:28

 

 

초겨울(2) / 청송 권규학

 

 

초겨울은 등 굽은 새우다

풀꽃도

나무도

황톳빛 신작로도

굽이굽이 흐르는 개천도

모두가 등을 구부린 채 잠을 잔다

 

강가의 갈대도

산비탈의 억새도

산마루를 넘어가는 태양빛에 익어

붉게 더 붉게

연탄불에 익어가는 새우마냥

볼그랗게 볼을 붉힌다

 

동짓달은 그렇게 익어간다

연탄불 위 쪼그린 새우처럼

먼 산 능선의 아름다운 굴곡과

아름다운 빛깔의 태양과

흩어져 퍼지는 아름다운 노을

초겨울엔 모든 게 다 쪼그라 든다.(1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