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16. 11. 21. 09:53

 

 

먼 사랑 / 청송 권규학

 

 

사랑을 하면 행복하다지

주는 사랑도, 받는 사랑도

똑같이 행복해지는 그런

그렇기에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서로의 피부를 맞대는 것이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으며

농작물이 자라듯이

사랑은 서로의 관심으로 자라는 것이다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보내고

시시 때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한없이 유치 찬란한 것일지도 모르는….

 

사람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보다

헤어지는 순간 더 순수한 빛을 발하고

이별을 이야기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어찌 보면, 언밸런스적 역설일지도 모를….

 

사랑아, 먼 사랑아!

네가 그릇이라면 나는 그릇에 담긴 물

너와 나는 두 몸에 머무르는 하나의 영혼

그릇이든 물이든 모든 걸 포용하는

너른 품으로 이야기하는 산처럼

그저 말없이 웅장한 그런 사랑을 하자.(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