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감천항(港)에서

靑松 권규학 2016. 9. 1. 20:59

 

 

감천항(港)에서 / 청송 권규학

 

 

막바지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바다와 맞닿은 길을 걸었다

긴 콘크리트가 바다를 향해 길게 누운

감천항 구평방파제엔, 언제부턴가

잠시 허리를 뉘었던 바람이

방파제 돌 틈을 비집으며

스르릉스르릉

판소리 한 자락을 읊어댄다

 

방파제 귀퉁이에 퍼질러 앉아

낚시꾼이 던져주는 전갱이 학꽁치

새끼 갈치에 이런저런 횟거리들….

소주 한 잔에 게걸스레 먹었던 기억

어느새,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짠내 물씬한 감천항의 진미를 느낀다

 

문득 누군가 생각난다

행복도 불행도 순서대로 오지 않으며

가질 수는 없어도

간직할 수만 있어도 행복하다던

몽매난망(夢寐難忘), 사랑이란 이름이.(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