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여름 여행(2)

靑松 권규학 2016. 6. 26. 23:12

 

 

여름 여행(2) / 청송 권규학

 

 

여름 초입, 서울행 열차에 오르다

역사(驛舍)를 들어서는 순간

침묵하던 철로 위에

바람의 입김이 술렁이고

코끝에 싱그러운 바람 향이 느껴진다

 

육중한 철교 아래로

여유롭게 흐르는 아리수 물결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도시인들의 바쁜 모습을 굽어보는…

어찌 보면

인공이 깃든 듯 그렇지 않은 모습

문득

고향 길섶의 초가삼간이 떠오른다

 

고향을 떠난 지 반백의 세월

늘 마음 언저리에서 맴돌던 아련한 기억들

움켜쥐기만 하고 놓지 못한 삶

지천명(知天命) 고개를 넘어

이순(耳順)을 맞는 아릿한 순간

오늘 하루쯤 움켜쥔 손을 풀고

맘껏 가슴을 내어주기로 한다

 

바람 따라 꾸며진 도심(都心)의 숲길

행복하다

뿌듯하다

동행(同行)의 손을 잡고

구수한 향이 솔솔 피어나는

이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수 있음이…

 

도심(都心)의 숲길에서 맛보는 향기

싱그럽다

달콤하다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에서

키 작은 풀꽃과 들풀을 볼 수 있음이.(1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