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16. 3. 21. 21:45

 

 

저승 길 / 청송 권규학

 

 

길을 걷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거억거억

반백 년을 채운 내장 속을

순식간에 게워내기라도 하듯

소리 없이 내지르는 토악질이 메스껍다

 

안개가 표표로이 흩어지는 사위(四圍)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

강을 건너는가보다

사공은 없지만 배는 절로 흐르고

어디선가 들리는 호곡(號哭)이 섧다

 

언제였던가

두 손 꼬옥 말아 쥐고

큰 울음 울며

웃음 가득한 요람에 왔던 그때가…

 

병신년(丙申年) 3월 어느 날

넌 너무도 일찍 그렇게 갔다

못다 이은 연(緣)의 고리를 끊고

돌아오지 못할 강 언덕으로

 

두 손 가득 움켜쥐려고

작은 가슴에 채워 넣으려고

바쁜 호흡으로 아등바등 살다가

숱한 사람을 울리며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고 마는….(160321)

 

-어느 후배의 죽음 앞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