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만시(挽詩)1-떠난 이를 그리며-

靑松 권규학 2016. 1. 16. 09:49

 

 

만시(挽詩)1*-떠난 이를 그리며- / 청송 권규학

 

 

소월*이 갔다

동주*도 갔다

한 세대를 풍미한 걸출한 문웅(文雄)들

누구 하나 피할 수 없는 그 길을 걸었다

형도*도 가고

혜린*도 떠났다

약관·이립(弱冠·而立)의 그 꽃다운

소녀의 초경 같은 선홍빛 젊은 나이에…

 

어디 그뿐이랴

내가 아는, 알지 못하는 숱한 영웅들

대조영도, 광개토대왕도, 왕건도, 세종대왕도

모두 떠나고 없는 이름 없는 세대

하늘이 맞닿아 끝난 하늘 끝

땅 없는 땅을 밟고 선 이름

수십 년을 문인의 행색으로 살아왔지만

제대로 된 글 한 편 남기지 못한…

 

나는 죽어서 무엇이 될까

저승에도 가지 못하면

다음 세상에선 무엇으로 올까

슬프다, 아프다, 혼란스럽다

오늘은 왠지 늘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마칼바람*의 날개를 붙잡고 싶은.(160116)

 

* 만시(挽詩)

가족이나 친구가 죽었을 때 쓰는 추모시(追慕詩).

'자기의 죽음을 가정하여 쓰는 시'를 '자만시(自挽詩)'라고 함.

 

* 소월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 동주

윤동주(尹東柱, 1917~1945). 북간도 출생.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과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

 

* 형도

기형도(奇亨度, 1960~1989) 시인. 인천 옹진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 당선. 1989년 29세에 종로 파고다극장에서

심야영화 관람 중 뇌졸증으로 사망, 유고시집으로 '입속의 검은 잎'이 있음.

 

* 혜린

전혜린(田惠麟, 1934~1965), 수필가/번역문학가. 서울대법학과 입학, 독문학으로

전공을 전환 후 독일에 유학함. 1959년 독일 뮌헨대학 독문학과를 졸업/조교 근무.

1956년 법학도인 김철수(金哲洙)와 혼인, 1959년 5월 귀국 후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화여자대학교의 강사, 1964년 성균관대학교 조교수로 근무.

펜클럽 한국본부 번역분과위원 위촉/활동하다가 1965년 1월 31세로 의문의 자살

 

* 마칼바람 : 북서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