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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단상(斷想)

靑松 권규학 2015. 8. 25. 10:37

 

 

출근길의 단상(斷想) / 청송 권규학

 

 

양어장(養魚場)에선 적조(赤潮)가 만연되어

수많은 어패류가 폐사(斃死)되고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사건*으로

남북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되었다가

6개 항 합의로 마무리되는 듯하더니만

태풍 고니(GONI)*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황토(黃土)를 뿌리고

포격도발에 대피호로 피신하고

태풍 붕괴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등

피해를 보지 않고자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하는 손길들

크고 작은 범위의 차이일 뿐

자신을 위한 나름의 조치임이 분명하다

 

비바람 섞어 치는 화요일의 출근길

먹고 자고 보고 듣고

편히 숨을 쉬며 살아가는 삶

출근하여 일하고

너와 나, 우리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일 일이요

감사하고 또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너무 당연해서

감사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일상마저도

단 한 번만이라도 가져보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버젓이 출근할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을 일이던가

 

내가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

내리는 비를 바라볼 수 있고

부는 바람을 가슴에 안을 수 있고

하늘을 쳐다보고

땅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다시 감사할 일이다

 

나의 일상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듯이

내가 편하고 네가 편하고 우리가 편하고

태풍이 와서 적조(赤潮)가 사라지면 좋겠고

남북한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통일을 이루고

내 나라의 평화와 세계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보다 더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 어디 있을까

 

자신의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삶

나만의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며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힘들게 오늘을 사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으리

문득

스치는 빗줄기에 온몸을 던지고 싶은.(150825)

 

* 목함지뢰 폭발사건

2015. 8. 4, 경기도 파주 육군 1시단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하여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로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와

남한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되었다가 북한의

유감표명과 남한의 심리전 방송 중지 등 6개 항의 합의로 마무리된 사건.

 

* 고니(GONI)

2015.08.25 06:00, 서귀포 동쪽 약 36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5호 태풍으로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