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어느 여름 날에

靑松 권규학 2014. 8. 18. 00:36

 

 

어느 여름날에 / 청송 권규학

 

 

까만 밤

하늘에 하얀 달이 뜨면

그 아래

호수에도 하늘의 달님이 담긴다

 

하늘의 달님은 가만히 있어도

바람은 늘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바람이 나무를 흔들 듯이

물결은 늘 그렇게

호수 속 달님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호수에 금이 가듯

호수 속 달님의 얼굴에 금이 가듯

어느 순간

평온한 내 마음에도 실금이 간다

 

마음 안에 고인 생각의 요정들이

콩 놓아라 팥 놓아라

저마다의 느낌대로 출렁거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내 몸도 따라 흔들린다

 

밤이면 호수가 달을 담듯이

휘영청 밝은 달

호수 속 그달에도 금이 가듯이.(1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