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똥파리가 사는 세상

靑松 권규학 2014. 6. 25. 21:44

 

 

똥파리가 사는 세상 / 청송 권규학

 

 

길섶에 퍼질러진 쇠똥무더기에

구불구불 바글바글

구더기가 득시글댄다

 

녹갈색 똥 무더기가 지상천국인 듯

구르고 뒹굴고 난리를 치다가

양껏 먹고 배부르면

번데기로 어느 곳에 머문 후

날개옷 걸쳐 입고 하늘을 난다

 

이리저리

제 맘대로 돌아다니다가

'미안하다' 싶으면

두 손 싹싹 비벼 사과하고

이쪽저쪽, 볼을 비비며 애교를 떨고 나면

귀여운 척 이곳저곳 핥아댄다

 

더러운 쇠똥에서도 생명이 태어나

쇠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듯이

우리 사는 모습도 그런 것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노라면

시궁창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는.(1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