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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너의 마음인가

靑松 권규학 2014. 3. 16. 23:03

 

 

꽃샘추위, 너의 마음인가 / 청송 권규학

 

 

대한민국, 작은 땅덩어리

참으로 좁은 듯하면서도

또 엄청나게 넓기도 하다

 

남쪽 지방엔 봄비가 내렸지만

동북부 지방엔 함박눈이 쌓여

오던 봄도 깜짝 놀라 멈춰버렸다는…

 

증시(證市)에선 중국발 폭설이 덮쳤고

사랑하는 임의 얼굴엔

원인불명의 서리꽃이 옴팡지게 피었다

 

가는 겨울이 그리워서일까

오는 봄을 시기하기 때문일까

겨울, 그 인고(忍苦)의 계절을 견뎌

곱고 예쁜 꽃망울을 열었건만

봄이란 녀석, 오는 둥 마는 둥

꽃샘추위에 꽃잎의 입술이 시리다

 

하지만 봄은 왔다

오다가 저만치에 멈춰섰다

어제 들려온 새 소식에 의하면

누군가의 시샘을 피하고자

소소리바람 속에 숨어들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봄은 그리 멀지 않았다

봄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저, 길거리 처녀들 행색 좀 보소

얼굴화장에, 짧은 치마 매무시에

살랑이는 봄바람의 꼬락서니를.(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