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풀밭에서

靑松 권규학 2014. 1. 25. 09:57

 

 

풀밭에서 / 청송 권규학

 

 

녹색이다

연녹색이다

진녹색이다

녹색과 연녹색과 진녹색이 섞인

그저 그렇고 그런 지루한 풍경이다

 

그냥 먼 발치에서 쳐다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풀밭이지만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보라

허리를 굽혀 자세히 들여다보라

살아 숨 쉬는 예술을 만날 수 있을 테니

 

그곳엔

밤하늘의 영롱한 별의 눈빛이 있고

다채로운 은하수 빛깔이 반짝이고

천사를 닮은 예쁜 꽃의 얼굴과

순백의 아이를 닮은 풀잎의 미소와

벌과 나비와 풀꽃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분홍색 꽃을 피우는 얼레지와

낮게 더 낮게 평생을 살다가

홀씨로 하늘을 나는 민들레와

제비꽃, 괭이밥, 토끼풀, 또 다른 풀꽃들

그들의 참모습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다

 

누가 그랬는가, 그들을 잡초라고…

인간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인간의 편리로 붙여진 이름

그들은 결코 잡초가 아닌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는

소중한 생명이요, 친구인 것을.(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