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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의 풍경(2)

靑松 권규학 2013. 11. 13. 23:55

 

 

만추(晩秋)의 풍경(2) / 청송 권규학

 

 

서울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 오랜만에 내다본 산과 들에 온통 불이 붙었다

벚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돌 틈에 낀 느릅나무도

산과 들의 모든 나무가 수줍은 듯 온몸이 볼그랗다

길가의 은행나무 가로수엔 샛노란 나비가 줄지어 붙었다

어찌 보면, 가을은 은행나무에만 머무는 듯하다

 

일부러 물감을 칠하지 않아도

공들여 불을 지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물감이 들고

또 활활 불타오르는 산과 들

자연이 하는 일엔 잘못된 일이란 없다, 그래서 위대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자연 탓만 한다

비가 온다고, 눈이 내린다고, 바람이 불고, 태양 볕이 뜨겁다고

시시때때 불평불만에 하소연해댄다

 

때가 되면 구름을 불러 비와 눈을 내리고

바람을 일으켜 세상 공기를 휘저어 섞어버리는

그 모든 게 균형을 맞추려는 갖은 노력

자연, 자연의 깊은 속내를 알지도 못하면서.(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