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많이 아는 것보다는 조금만 아는 게 더 좋다

靑松 권규학 2013. 6. 26. 20:09

 

 

많이 아는 것보다는 조금만 아는 게 더 좋다 / 청송 권규학

 

 

시골 길을 걷다가 길섶의 들꽃을 본다

꽃의 이름이 무엇이고

꽃말은 무엇이며

꽃의 전설은 어떤 것일까

이것저것 궁금한 것 따지다가

타야 할 버스를 놓쳐버렸다

 

하루에 세 번만 다니는 시골버스

이제 또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가

뭘 하다가 버스를 놓쳤는가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려는가

괜스레 너스레를 떤다

 

이 꽃은 언제 피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곳에 필요한 꽃일까

알려고 하면 할수록 답답하고 속 터진다

 

차라리 모른 척 지그시 눈을 감는다

많이 안다는 건 오히려 불행이다

조금만 아는 것이 더 큰 행복이다

 

흙탕물이 두려운 건

물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걷는 눈길이 무서운 건

눈(雪) 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미래를 모르기에

내일의 꿈을 향해 무럭무럭 자란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 가면 겨울이 오고

그다음엔 다시 또 봄이 온다는…

이것만 알아도 충분히 넘치는 것을.(1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