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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에(2)

靑松 권규학 2013. 4. 23. 00:21

 

 

어느 봄날에(2) / 청송 권규학

 

 

푸르다, 세상이 푸르다

봄 여름 푸르렀다고 해서

늘 푸르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을 한 철 잠시 주춤했다가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또 푸르러지는…

 

푸르다고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연둣빛 돋아나는 봄 숲길을 걸으면

긴 겨울 끝으로 다가서는

봄 향기를 맘껏 느낄 수 있다

 

숲길에 앞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

이곳저곳

봉곳봉곳, 망울진 모습을 보노라면

각기 다른 통증을 겪으며 성장하는

생(生)의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다

 

지천(至賤)으로 핀 목련, 벚꽃, 개나리

바위 틈새엔 진홍 빛깔 고운 명자꽃

어느 것 하나,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굳이 계절과 다투려 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그냥 저절로 피는 꽃들

봄꽃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시린 겨울의 끝자락, 새봄의 가르침을 읽는다

 

크고 딱딱한 꽃들, 강한 듯 부러지기 쉽지만

작고 말랑말랑한 꽃들, 여린 듯 쉽게 꺾이지 않는

정녕, 쉽사리 만들어지는 건 없다는 진리를 배운다

 

행여, 꽃잎에 멍이라도 들까

살포시 뿌리는 봄비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에 가만가만 숨을 고른다.(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