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바보 사랑(1)
靑松 권규학
2013. 3. 30. 15:47
바보 사랑(1) / 청송 권규학
얼굴에 숯 칠을 한 숯장수가
연탄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연탄장수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이봐요, 아저씨, 얼굴 좀 닦아요'라고
연탄장수가 숯장수를 나무라는 건
자기 얼굴에 묻은 검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얼굴에도
까만 검정이 시커멓게 묻었다
고로, 나는 검정이다, 숯검탱이다
얼굴도, 몸도, 마음까지도
온통 검정으로 덧칠되었는데
어찌
숯인 줄도 모르면서 흰옷을 즐겨 입으려는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하였거늘
백로(白鷺)야, 너는 어찌
까마귀 무리에 빠진 탕아(蕩兒)에게
그 하얀 깃털을 비벼댔다더냐
어이 할까나
어찌 할꺼나
세상 일이란 게
곡예사의 공중 줄타기와 같거늘
까마귀 날자 배꽃(梨花) 떨어진다 한들
누구에게 하소연하리
사랑아 사랑아, 바보 같은 사랑아
마른하늘에서 벼락 맞아 죽어도 좋을.(1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