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첫눈(3)
靑松 권규학
2013. 1. 9. 19:49
첫눈(3) / 청송 권규학
첫눈 내리는 날엔
오랜 기억 속,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나의 등에, 너의 가슴을 업고
강과 바다를 휘날아 오르고 싶다
나풀나풀, 하늘을 훑고 내려와
산에, 들에, 길섶, 나뭇가지에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
눈(雪)은
잠자는 나의 창가에도 내렸다
하늘 천사의 모습으로 날아드는
첫눈은
하늘의 향기를 가득 품고
때론 하얀 꽃으로 피었다가도
가끔은
줄줄이, 질펀하게 녹아내리기도 했다
내 마음엔 소중한 걸 보관하는 곳간이 있어
눈(雪)은
쉽사리 마음 숲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첫눈 내리는 날이면 늘 그렇다
강아지 마냥 좋아라, 뛰놀던
오랜 세월의 둔덕에 묻힌 추억이 그리운.(1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