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3)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3) / 청송 권규학
아들아!
오늘은 아침부터 몹시도 바람이 많이 부는, 제법 쌀쌀한 날씨구나.
추운 날씨인데, 내 아들은 오늘 어떤 훈련을 받았을까?
제식훈련, 총검술, 아니면, 경계일까, 사격술예비훈련이었을까?
어떤 교육이나 훈련일지는 몰라도 아마 쉽지만은 않은, 나름 힘든 하루였겠지?
지금 이 시간쯤이면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고, 내무실과 담당구역 청소를 하고,
몸을 깨끗이 씻고 점호를 받고 나른한 꿈속으로 빠져들고 있을까?
사회생활에서 굼뜬 몸을 부지런히 놀려 짧은 시간을 황금처럼 쪼개어 쓰는 모습,
훈련병들의 생활이 두 눈에 아련히 스쳐 가는구나.
오늘따라 새삼스레 오래전, 아빠의 옛 시절이 떠오르는구나.
스물두 살(너보다 한 살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입영을 해서
선배들의 불호령을 들으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그때 그 시절….
너는 선임병들이 통제하겠지만, 아빠는 선배들의 불호령에 정신이 없었지 뭐니.
물론 너와는 다른 생활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름대로 군 생활은 비슷하리라 본다.
그 시절이 어느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구나.
아빠의 뒤를 이어 군에 입대한 아들,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단다.
오늘이 21일이니까 눈 깜짝할 새 일주일이 흘러갔네.
바쁜 훈련일정에 쪼들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날짜는 흐르게 마련이거든.
내 아들, 먹성도 좋은데 배는 고프지 않은지…?
하긴 요즘 군에서 주는 급식은 웬만한 사회에서도 먹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피 교육생은 늘 춥고 배고픈 생활의 연속이긴 하지.
어쩌면 배고픈 것도 일종의 훈련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 모두 군에서만 배울 수 있고, 또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
흔히 옛말에 '군에 갔다 와야 인간이 된다'고들 했다.
이는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참을성(인내심)을 길러주고,
상관을 존경하고 순종하며, 동료 간 협동심과 단결력을 키워주기에
그런 것들을 저도 모르게 온몸에 체득하게 되기에 그런 말이 나온 거란다.
소대장님의 말을 들으면
내 아들 발표도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고 하니 아빠는 안심이다.
네 여자 친구도 너를 위해 늘 편지를 쓰고 걱정을 하고,
엄마도 너를 위해 낮이나 밤이나 기도 열심히 하신단다.
아마 수료식 때 보면 무척 반가울 거다.
사랑하는 아들, 순환아!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으니까 남은 시간도 물 흐르듯 빨리 흐를 거다.
그때까지 내 아들, 몸 튼튼, 마음 튼튼하게 열심히 훈련에 임하렴.
아빠는 늘 너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내 아들, 사랑한다.
오늘도 고운 꿈 꾸고, 더 멋지고 알찬 내일 열어가렴.
2012. 11. 21. 아빠가.
늦가을에 쓰는 편지 / 청송 권규학
가을엔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샛노란 은행잎
예쁜 단풍잎
이름 모를 잿빛 이파리
책갈피에 꽂아두고 행복해합니다
오늘은 책갈피에 꽂힌 은행잎에
'사랑해, 사랑해요!'
수줍은 고백을 쓰고
당신의 주소를 적어넣습니다
왠지 모를 흥분이 온몸을 누릅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칩니다
아침이면
스치는 바람결에 부치렵니다
하늘 먼 화천 땅, 칠성부대 신병교육대로.(1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