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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수욕장에는

靑松 권규학 2012. 8. 16. 00:36

 

 

여름, 해수욕장에는 / 청송 권규학

 

 

여름 바다

백사장에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낮들이 달궈진 뜨거운 모래 위에

타다 만 잿빛 잔뼈들이 뒹굴고

인육(人肉)들의 거센 도전 앞에서

바다는 목울대를 열고 마른 침을 삼킨다

 

인간사, 무엇이 이리도 각박하다던가

발 디딜 틈조차 허락하지 않은 땅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가슴 가득 무너져 내린 고뇌의 무게들

 

짠물에 절여진 삶의 물거품을 씻어내며

파랗게, 새파랗게 제 몸을 멍들이고

맑은 정화수를 담아내려고

이 황량한 백사장에 큰대 자(大)로 누웠는가

 

살아도 살아있지 못하고

죽어도 제대로 죽어가지 못할 생명

어리석은 삶의 헛된 생각들을 모래 속에 파묻고

지는 해를 따라 지친 몸을 일으키는

 

여름 바다

할 말 많은 인영(人影)의 숲이여.(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