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천형(天刑)의 죄인(1)

靑松 권규학 2012. 8. 6. 18:31

 

 

천형(天刑)의 죄인(1) / 청송 권규학

 

 

글을 쓴다, 詩를 쓴다

무엇이 글이고, 또 무엇이 詩인지도 모르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일상처럼 그 길을 지난다

 

무엇일까, 글이란, 詩란?

누구도 모르는 오지여행으로의 초대인가

어머니 품속, 초가(草家)로의 귀향인가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들의 빵일지도

저주받은 양식일지도 모르는…

멋모르고 발을 들여놓은 시인의 길에서

남모르는 번뇌와 씨름을 한다

 

인생이란 유리창에

하나 둘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

바바리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비를 맞으며 걷는 중년의 삶이여!

 

갈 길은 이제 얼마나 남았으며

초대받은 낯선 여행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지금까지 긁적인 숱한 글, 허다한 詩들

그것들은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분장했을까?

어쩌면 변장이나 둔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아직도 금시조(金翅鳥)를 기다리는 내게

시인이란 이름을 붙여 줄 사람은 누구이며

시인이란 이름으로 불러 줄 자는 또 누구인가?

 

한 번 시인은 영원한 시인이기에

'천형(天刑)의 죄인'이라 이름 지은 걸까?

이런저런 갈등의 고리 속에서 고뇌하는

폐경에 접어든 중년의 사내는.(12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