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지지 않는 꽃
靑松 권규학
2012. 7. 27. 00:03
지지 않는 꽃 / 청송 권규학
내게는 늘 지지 않는 꽃, 예쁜 꽃 한 송이 있다
사시사철 고운 모습으로 한 자리에 머무는 꽃
돌아보면,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언제나 향기롭다
'너'라는 꽃이 활짝 피던 날에도
나는 그 꽃이 꽃 중의 꽃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지천(至賤)에 깔린 평범한 꽃이려니 했을 뿐
내 삶의 알토란 같은, 진귀한 보석임을 몰랐다
늦가을 고운 향기를 주는 국화는 되려 하질 않고
다른 꽃은 움도 틔우지 않은 초봄에
매화(梅花)가 되어 향기를 뽐내려고만 하는 줄 알았다
화단에서 피는 꽃은 수없이 많지만
인생이란 노지(露地)에서 피는 꽃
풍우설상(風雨雪霜) 거뜬히 이긴 꽃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제는 확실히 안다
'너'란 꽃이 바로 그 꽃이라는 걸
영원토록 지지 않는 뜨거운 불꽃이란 걸
우연에 기댈 때가 잦은 게 인생이라지만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근시(近視)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 발등, 코앞 밖에 보질 못하는….(1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