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오월의 기도(祈禱)
靑松 권규학
2012. 5. 29. 01:01
오월의 기도(祈禱) / 청송 권규학
봄이라기보다는
여름의 색깔이 훨씬 강하게 풍기는 계절
오월을 발아래 깔고 한 걸음 앞, 유월을 바라본다
꽃 비 떨어진 들녘엔
하늬바람 한 무더기 서둘러 자리를 챙기고
끈적끈적, 무딘 땀방울의 흔적들이 하나 둘
겨드랑이 사이, 속곳 가랑이를 비집어 파고든다
이젠 여름일까
바람 한 점 지나면 구름이 몰려오고
두둥실 구름이 떠돌고 나면 빗방울 떨어지는…
그래, 그러고 보니 정말 여름인가 보다
그런데 왜 떠나려는 봄을 놓지 못해 안달할까
버리면…. 놓아버리면 다시 얻어진다고 하지만
금(金)을 얻으려면 마음속의 은(銀)을 버려야 한다는
그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버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
버린 후에 밀려드는 공허가 두려워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는…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간절히, 그러나 비굴하진 않게
간곡히, 그러나 비천하진 않게
내일쯤이면 잃어버린 모든 게 제자리 찾기를.(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