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거꾸로 흐르는 시계

靑松 권규학 2012. 3. 13. 10:28

 

 

거꾸로 흐르는 시계 / 청송 권규학

 

 

하단시장* 한쪽 구석

낡은 담벼락 사이

좁은 미닫이를 비집고

늑장꾸러기 봄이 흘러들어온다

 

비좁은 골목길

즐비한 건물 간판 뒤에 숨어있는

단골만이 찾을 수 있는 허름한 국숫집

발걸음을 들여놓자 고향냄새 물씬하다

 

언제였던가

논두렁에 둘러앉아

멸치국물에 잔치국수를 말아먹던

내 부모님, 형제자매들

 

지금은 어느 곳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지난 추억은 거꾸로 흐르는데.(120313)

 

* 하단시장 : 부산 사하구 하단동 소재, 재래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