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詩의 죽음 앞에서

靑松 권규학 2011. 12. 11. 13:40

 

 

詩의 죽음 앞에서 / 청송 권규학

 

 

부는 바람이 차가운 계절

겨울이 오면

마음 한쪽에도 남모르게

고독의 시린 바람이 분다

 

그저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철렁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괜히

겨울이란 계절을 따라

평생을 헌납했던 흐린 기억 속

민중의 외면으로 묻혀버린 시인이란 이름

 

어쩌면

문자와 언어의 어설픈 조합을

詩란 이름으로 억지 포장하여

대중 앞에 뿌려놓은 잘못된 행동일까

 

삐거덕삐거덕

어긋난 톱니바퀴를 물고 돌아가는 구조물들이

제 살을 갉아 먹다가

어느 순간 그 움직임을 멈춰버리듯이

 

지금껏, 티끌 하나 없는 하얀 백지 위에

혼자만의 시어(詩語)로 지껄여댄 그 모든 행동

결국 그것이 사기(詐欺)였다고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이 과연 누구일까.(111211)